○ 서울시의회 기초학력특별위원회는 지난 12월 8일(목)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하였습니다. 핵심 내용을 살펴보면 진단검사의 시행 현황은 물론, 기초학력 진단평가 결과를 학교별•지역별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초학력 지원 정책에 기여한 사람 또는 학교에 대해 포상하도록 하였습니다.
○ 학교는 매년 자체 계획에 따라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학생의 연령과 발달, 학교급별, 지역별 상황을 고려하여 지필, 면담, 관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단활동이 이루어집니다. 그 결과를 통해 학습 부진의 원인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학생 개별 지원을 위한 대책을 마련합니다. 진단의 목적은 학생의 현 수준을 파악하여 ‘제대로 지원’하는 데 있습니다. 결과 자체가 목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이미 교사들은 학년 초 진단활동뿐만 아니라 교육과정 중 다양한 평가를 통해 학생의 기초학력 수준을 잘 알고 있습니다.
○ 기초학력의 문제는 진단평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실효성 있는 지원 부족에 있습니다. 과밀한 학급, 과도한 수업시수, 과중한 업무를 해소하지 않고 기초학력 향상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조례(안)은 ‘기초학력 지원 정책에 기여한 사람이나 학교에 대해 포상’ 근거를 두면서 책임을 고스란히 교사와 학교에 떠넘기고 있습니다. 개별 학생의 학력 향상을 위해서는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 교사가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교육 여건 개선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 특히 진단평가의 결과를 공개한다는 발상은 학교 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일입니다. 학교별·지역별 진단평가 결과 공개의 부작용은 불 보듯 뻔합니다. 학교별 낙인효과를 강화하고, 지역별 위화감을 조성할 것입니다. 학교는 한 줄 세우기 경쟁에 몰려 문제 맞추기식 수업으로 퇴행할 것입니다. 지역별 격차는 학부모의 불안감을 조장하여 사교육 업체를 배불리고 교육격차는 심화할 것입니다. 미래지향적 교육 전망은 흐려지고, ‘교육 역주행’은 현실이 될 것입니다.
○ 서울시의회는 예상되는 혼란에도 불구하고, 교육전문가인 교원단체의 의견은 전혀 듣지도 않았습니다. 공론화 과정이나 의견 수렴 과정도 없었습니다. 민주적인 절차를 지키지 않았습니다. 조례를 앞세워 막무가내로 평가 결과를 공개하라고 압박할 뿐입니다. 학교에서도 교사 본인이 가르친 학생 외에 다른 학생의 평가 결과는 철저히 비공개됩니다. 그만큼 민감한 정보입니다. 조례 발의는 교육활동에 대한 도를 넘은 개입이며, 정치적 횡포입니다.
○ 코로나를 거치며 기초학력 향상 대책의 절박성은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하였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지난 3월부터 기초학력보장법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진단활동의 일관성과 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해 학교별 계획을 수립하고, 인지·심리·정서 영역을 포괄하는 진단 활동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학습부진 요소를 제대로 파악하여 적합한 지원에 중점을 두라는 취지입니다.
○ 학교별, 지역별 진단평가 결과를 공개하여 얻을 수 있는 것은 교육불평등을 확인하는 것뿐입니다. 서울교원단체들은 비교육적인 기초학력 지원 조례 발의에 심대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하며, 서울시의회의가 조례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합니다. 아울러 학교 현장에서 기초학력보장이 온전히 실현될 수 있도록 지원 대책에 힘써 줄 것을 요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