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교사운동은 5/22일(금), 저녁 7시 ‘코로나19가 우리 교육에 남긴 것’을 성찰하고자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와 교육에 가져 올 변화와 미래 전망’을 주제로 2차 온라인 정책 토론회를 실시하였다. 이번 토론회는 발제자와 논찬자만 오프라인 세미나실에 참여하고, 토론회 방청객 100여 명 전원이 화상회의 앱을 통해 참여하였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가 사회를 보는 가운데, 김찬호 교수(성공회대 교양학부 초빙교수)와 이수광(경기도교육연구원 원장) 원장이 발제를 맡았고, 각 발제에 대해 현장 교사인 임종화(수원 중앙기독중), 정병오(서울 오딧세이학교) 선생님이 논찬에 참여하여,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와 교육에 가져 올 변화와 미래 전망에 관한 토론을 진행하였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토론회 자료집 상단에 첨부)
○ 김찬호(성공회대 교양학부 초빙교수)
- “온라인 개학이 일깨워 주는 것”을 주제로 발제.
- 지금의 교육계의 상황은 급선회가 어려운 거대한 배와 비슷한 국가적인 통합 관리 체제가 개학 연기라는 전례 없는 사태를 느닷없이 맞아 순발력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과 같다. 이 상황에서 교사들은 교육 당국의 관료제와 소통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학생과 학부모를 끼고 가보지 않은 세계를 지도와 나침반도 없이 탐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대면을 전제로 하는 상담과 돌봄, 예체능 온라인 수업의 어려움, 온라인 학습 약자에 대한 미흡한 대책, 온라인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에서의 교사 격차, 수업 상황에서의 생생한 상호작용의 부족 등의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 온라인 개학은 급작스럽고 일시적인 조치였지만 단순히 매체의 활용 기술 습득을 넘어 교육의 본질과 학교의 존재 방식을 되물으면서 학습 전략에 대한 다양한 상상력을 워밍업하게 하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놀이의 감각으로 동기 부여하기이다.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가 나자, 에볼라 게임을 재빨리 추가해서 게이머들이 백신 개발에 크게 기여했다. 이번의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시민 참여형 과학의 일환으로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 흐름에 연결해서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흥미로운 시도가 될 듯하다.
- 온라인 개학 시대에서 교사는 배움의 장면을 연출하는 큐레이터가 되어야 한다. 또한 ‘콘텐츠 전문가’보다는 ‘맥락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서로 협력해서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도록 격려해야 한다.
- 코로나19 상황은 우리 교육의 여러 약점들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과 잠재력을 일깨워 준다. 지금은 학교의 자화상을 직시하고 새로운 존재 방식을 다채롭게 상상할 수 있는 기회이다. 노동력이 아닌 삶을 준비시키고 더 나아가 세상을 변형하거나 창조하는 힘을 키워주는 일, 그 교육의 본연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한다.
○ 이수광(경기도교육연구원 원장)
- “코로나19 사태와 학교교육: ‘진부화’와 ‘재구조화’ 그 사이”를 주제로 발제.
-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실존의 의미를 추궁하며 삶의 방식을 근본부터 바꾸라고 경고한다. 다른 차원의 삶의 길을 촉구하는 것이다.
- 코로나19는 ‘학교교육을 가로지르는 공통의 의미체계(학교문법)가 시대 변화에 적합한가? 기능적으로 타당한가’를 따져 보게 하였다. 그리고 우리의 당대 학교문법은 진부하다. 이번 코로나19 국면에서 당국의 대응 과정을 별견(瞥見)해 보면, 학교문법의 진부화가 좀 더 명확해진다. 즉 ‘입시 가치의 절대화’, ‘학교운영의 표준화’, ‘교사의 탈숙련화’, ‘학생 및 학부모의 객체화’ 등이 확인된다.
- 교육 주체를 개별화하고 교육 성취에 대한 책임을 개인으로 돌리는 ‘메리토크라시’에서 코로나 이후 시대에는 ‘모든 학생의 존엄의 동등성을 보장하고 개별 학생이 지닌 고유성의 탁월한 발현을 공교육의 목적으로 삼는’ ‘디그노크라시’(Dignocracy)를 상정해 교육 제도와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 또한 교육과정 전략은 ‘어떻게 잘 전달할 것인가’에 맞춰지기보다는 ‘어떤 내용을 핵심으로 포함할 것인가’에 맞춰질 필요가 있다. 인간 존재에 대한 보편적 의미의 사유, 삶을 전체로 볼 수 있는 판단의 틀의 형성, 인간과 사회의 관계 방식에 대한 성찰 등의 내용을 포함해야 할 것이다.
- 입시 일정, 법정 수업일수, 내신평가 등은 절대 상수로 여기는 태도가 보인다. 비상상황에서는 기존의 절대 상수가 다르게 인식될 여지가 생긴다. 이 여지를 좀 더 자유롭게 넘나들어야 비상한 대책이 도출된다.
- 코로나19 팬데믹은 지금 이 순간이 ‘실존의 위기’임을 경고한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의 역할을 전통적인 교사상에 한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한가로운 규정이겠다. 따라서 ‘파수꾼으로서의 교사상’이 필요하다. 즉 인류의 삶과 시대의 흐름을 연관 지어 볼 수 있는 판단의 틀을 갖고 학생들에게 통찰을 제공할 수 있는 교사가 필요한 시대다.
○ 임종화(좋은교사운동 전 대표, 수원 중앙기독중학교)
- 김찬호 교수 발제에 대해 “교육계의 ‘코로나 19’ 이후, 교사 공동체의 에너지를 기대하며…” 제목으로 논찬함.
- ‘코로나 19’는 교육계에 ‘when’ 과 ‘where’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으며 코로나 상황 이후에는 ‘코로나 19’로 인해 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기보다는 취약한 부분이 드러나고, 기존의 흐름이 단기간에 증폭될 가능성이 높음.
- ‘코로나 19’ 이후 학교가 관성대로 코로나 19 이전 모습으로 크게 변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으나, 이번 위기 상황이 ‘기본소득’을 공론의 장에 불러냈듯이 다양한 교육적 실험들이 교육의 위기 가운데 교육 현장에 활발하게 도입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음.
- 또한 ‘코로나 19’로 인해 교육 개혁에 관한 큰 담론이 힘을 얻어 교육계 전체가 크게 변하는 경우를 예상에 볼 수 있음. 이런 변화를 위해 우선 교육의 주체인 교사 공동체의 성찰과 변화의 에너지를 기대함. 학교가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교육 개혁을 위한 에너지로 삼기 위해서는 교사의 자율적인 실험과 도전의 흐름이 중요하며 이런 측면에서 교육계에서 지금 제기되고 있는 여러 개혁 이슈들에 대해 교사들이 주체적으로 수용하고 있는지 물어야 함.
○ 정병오(좋은교사운동 전 대표, 서울 오딧세이학교)
- 이수광 원장 발제에 대해 “코로나19가 교육에 던진 과제와 기회,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제목으로 논찬함.
- 사상 초유의 개학 연기와 온라인 개학 상황을 맞고 있지만, 교육계의 관심은 올해 고3의 내신 산출 문제와 대학 입시 과정을 무사히 치르는 것에 집중되어 있음. 우치다 타츠루는 “교육 제도를 개혁한다는 것은 고장 난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는 상태에서 수리하는 것과 같은 고난도 곡예다.”라고 말한 바 있는데, 지금의 우리 상황은 코로나19로 인해 달리던 자동차의 속도가 느려지면서 자동차를 수리하기 좀 더 쉬운 상황에 처했고, 심지어 잠시 자동차를 멈추고 수리할 수도 있는 기회를 맞은 것과 같음. 그런데 문제는 이 기회를 사용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것임.
- 온라인 수업은 다양성 속에서 일치를 연습하며, 함께 협업하여 과제를 성취하고, 공동체 가운데서 소속감과 정체성을 형성하며, 세상과 마주하는 힘을 길러가는 교육을 하는 데는 역부족임. 제한된 범위의 지식을 효과적으로 습득하게 하는 데 효과적인 온라인 수업을, 그 똑같은 내용을 학교 교실에서 직접 보면서 하기 위해 등교 개학을 추진하고 있는 것인지 성찰해야 함. 이 부분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개선을 위한 합의와 계획 없이 등교 개학 자체에만 매여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임. - 코로나19로 인해 학교가 지금까지 해 왔던 교육을 바꾸지 않고 이를 유지한다고 할 때 굳이 지금의 학교 체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모든 국민들이 알게 되었음. 이제 우리 교육은 많은 내용의 지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서 익히도록 하는 틀에서 벗어나 스스로 배우는 법을 배우도록 도와주는 틀로 변화되어야 함.
- 교사는 아이들의 배움이 어디에서 막혀 있는지 파악해서 그 부분을 뚫어 주고 학생 상호 간의 피드백을 통해 함께 자라는 교실 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협업을 통해 성취를 경험할 수 있도록 교육 내용을 구성해야 함. 당연히 이러한 모든 교육 활동의 과정과 결과들이 기록이 되고 이를 바탕으로 상급 학교로 진학하는 방향으로 입시의 틀도 바꾸어 가야 함.
○ 토론 및 결론
- 코로나 팬데믹은 지구촌 전체를 휩쓴다는 점에서 그리고 사회의 모든 영역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임. 그리고 교육이 받는 충격은 다른 영역에 비해 더 크다고 할 수 있음. 재난으로 인해 생겨난 과제의 성격이나 대응의 양상을 기준으로 사회의 영역들을 범주화한다고 할 때 교육은 가장 거대한 영역임. 그렇게 규모가 크기 때문에 예를 들어 개학 시기의 변경 등이 끼치는 영향이 엄청날 수밖에 없음. 유치원, 초・중・고등학교에 재학하는 학생이 600만 명 이상인데, 그 가족을 생각하고, 그 외에 교직원 및 학교 관련 산업 종사 인구까지 더하면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직접 영향을 받음.
- 교사는 지금과 같은 ‘도전 기반 학습’을 이끌어 가야 하는 상황에서는 콘텐츠 전문가보다는 ‘맥락 전문가’가 되어야 함. 그리고 학생들이 서로 협력해서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도록 격려하는 역할을 해야 함. 그러려면 교사들부터 배움의 공동체를 충분히 경험해야 함. 지금 상황에서 교사들 사이의 격차가 위화감의 원천이 아니라 새로운 협업의 계기가 될 수 있어야 함. 재난은 그동안 묻혀 있던 여러 약점들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과 잠재력을 일깨워 줌. 온라인 개학을 통해 배움의 시간과 공간을 전혀 다르게 배치할 수 있는 경험이 소중한 씨앗이 될 것임.
- 코로나19는 전 지구적인 위협으로 삶의 방식을 근본부터 바꾸라고 경고하고 있음. 다른 차원의 삶의 길을 촉구하는 것임. 재차 확인인 학교문법의 진부화를 성찰하고, 재구조화하는 도전이 필요함.
- 모든 학생의 존엄의 동등성을 보장하고 개별 학생이 지닌 고유성의 탁월한 발현을 공교육의 목적으로 삼는 디그노크라시 이념에 기초하여 교육 제도와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음.
- 미래 교육의 출구는 ‘우리가 기대하는 좋은 미래를 열어 갈 수 있는 내용성’과 ‘이들 내용을 다루기에 적합한 방법론’이 조화될 때 열리게 되는 것임. 이런 점에서 교육과정 전략의 방점을 제대로 찍는 것이 중요함.
- ‘여럿이 함께 만나는 공간으로서의 학교’, ‘삶을 나누는 장소로서의 학교’, ‘다양한 돌봄망을 갖춘 안전한 장소로서 학교’는 여전히 유효함. 플랜B를 생각할 때 마을 단위 소규모 학습 및 돌봄 체제 구축을 고민해 보아야 함.
- ‘주체 참여적 방역 시스템’을 항구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학교 운영 과정에 각 주체의 ‘집단적 참여’가 보장되어야 함. 이를 위해서는 각 주체 자치기구의 법제화는 물론 이들 자치기구 대표의 학교운영위원회 참여가 보장되어야 함.
- 코로나 이후의 상황을 예측한다면, 첫 번째 예측은 ‘코로나 19’ 이후 학교가 크게 변하지 않는 경우, 두 번째 예측은 위기 상황이 ‘기본소득’을 공론의 장에 불러냈듯이 다양한 교육적 실험들이 교육의 위기 가운데 교육 현장에 활발하게 도입되는 경우, 세 번째 예측은 ‘코로나 19’로 인해 교육 개혁에 관한 큰 담론이 힘을 얻어 교육계 전체가 크게 변하는 경우임. ‘코로나 19’ 이후 학교가 첫 번째 단계에 머물지 않고 두 번째 단계를 넘어 세 번째 단계인 교육 개혁까지 나아가기 위해서는 학교가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교육 개혁을 위한 에너지로 삼기 위해서는 교사의 자율적인 실험과 도전의 흐름이 중요함.
- 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 우리가 여러 추상적인 교육 용어로 포장해 왔던 껍질이 벗겨지고 실제로 우리가 학교에서 교육의 이름으로 해 왔던 것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남. 이렇게 학교가 지금까지 해 왔던 교육을 바꾸지 않고 이를 유지한다고 할 때 굳이 지금의 학교 체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도 모든 국민들이 알게 되었음. 지금 온라인으로 하고 있는 교육을 그대로 학교 안에 아이들을 다 모아 놓고 위험을 무릅쓰기보다는 현재의 교과 지식 중심의 교육은 온라인으로 계속하면서 학교에서의 교육은 소그룹 단위의 다양한 교육 활동을 중심으로 재편할 것을 제안함. 현재 학급 단위보다 훨씬 적은 숫자의 소그룹 단위로 교차 등교를 하면서 서로의 삶을 나누고, 서로의 배움을 피드백해 주며, 교과 관련 그룹 활동이나 범교과적인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가길 기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