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수능 절대평가보다 내신 절대평가가 우선이다
최근 수능절대평가와 내신절대평가가 맞물리면서 수능절대평가를 상수화하고 내신절대평가는 변별력을 위해 살려두자는 식의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거꾸로 되어야 한다. 절대평가의 취지는 내신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교육의 정상화라는 목적에 비추어볼 때 수능 절대평가보다 내신 절대평가가 더 중요하다. 좁은 집단 내에서 동료와 상대적 비교 경쟁을 하는 것을 완화하고 모든 학생의 성취라는 교육 본래의 목적이 달성되도록 설계하여야 한다. 변별력 논란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인데 이 부분에서는 패러다임의 선택을 해야 한다. 즉 상위권 대학이 요구하는 10% 이내 학생들에 대한 세밀한 변별을 맞추어주려고 할 것인가? 10% 학생들의 경우 굳이 더 세밀하게 변별하려고 하지 말고 면접이든(본고사형 면접 금지) 추첨이든 느슨하게 선발해도 된다는 패러다임으로 가야 한다.
수능절대평가의 의미는 1등급의 비율에 달린 것이다. 4%로 제한하는 1등급의 비율을 10% 정도까지 확대하면 1등급 수준의 학생들이 과잉 변별에 대비한 과잉 경쟁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상위권 학생들의 경쟁 완화에 도움이 된다. 물론 그 효과가 얼마나 클지는 미지수다. 나머지 학생들은 1등급에 들기 위한 경쟁에는 변함이 없다. 1등급 수준의 학생이라도 완전히 안심할 수 없기 때문에 효과는 제한적이다. 절대기준 자체도 상대화될 수 있어 상향조정될 수 있다. 핵심은 이 정도면 더 이상 구분하지 않는다는 선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다. 정상적인 학생이 정상적인 고등학교 교육을 받았을 때 성취해야 할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교육학적 논의가 심도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하여 그 수준을 달성한 학생들에게 더 이상의 학습량을 요구하는 과잉이 사라져야 수능절대평가의 의미가 살아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논의와 맞물려 내신 상대평가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논리가 있다. 변별력 패러다임에서 보면 내신 수능 절대평가가 되면서 내신 상대평가를 유지하면 그 강도가 더 세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수능절대평가를 통해 경쟁을 완화하는 효과가 상쇄되어 버린다. 어쩌면 더 가혹한 경쟁이 이루어진다. 내신 경쟁이 강화된다고 하여 학교교육이 정상화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스트레스만 올라갈 뿐이다. 절대평가의 취지를 살리려면 수능과 내신이 동시에 절대평가체제로 운영되어야 한다.
내신 절대평가로 갈 경우 특목고가 유리하게 된다는 반론이 있다. 그것은 다른 방식으로 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별로 특목고생이 집중되지 않도록 학생의 다양성이라는 기준을 평가 기준으로 넣어 대학지원금에 연계할 수 있다. 고교체제를 개혁하면 많은 부분이 해결되겠지만 그 전이라도 그것 때문에 상대평가를 적용하겠다는 발상은 덜 중요한 것을 위해 더 중요한 것을 희생시키는 방식이다. 소수의 특목고생을 견제하기 위해 전체 학생들에게 상대평가 체제를 적용한다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다.
그렇다면 절대평가체제로 가게 될 경우 부풀리기 논란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한 학교 현장의 준비도가 성숙되어 있지는 않다. 절대기준 마련과 교사들의 평가 전문성 확보가 충분하지 않다. 그러므로 절충적인 해법을 모색한다면 과도기적으로 내신상대평가를 완화하는 방법이 있다. 즉 9등급 체제로 1등급을 4%로 유지하는 체제를 완화하여 5등급 체제로 바꾸고 1등급을 20% 이내로 유지하는 것이다. 절대적인 평가를 적용하여 1등급이 20%보다 낮게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절대평가와 상대평가체제의 절충인 셈이다. 이렇게 될 경우 부풀리기 논란은 어느 정도 피해갈 수 있다. 변별력은 확보되는가? 여러 과목에서 1등급을 다 받는 경우의 비율은 20%보다 줄어들게 될 것이다. 여기에 만약 과목별 세부능력을 세분화하여 각각에 대해 평점을 부여하는 IB형 친절한 성적표 체제가 된다면 더 많은 경우의 수가 나올 수 있다. 이 경우는 획일적인 줄 세우기가 아니라 다양한 조합이 가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각 과목에서 논술 능력이 A등급인 학생으로 선발할 수도 있고, 협업적 능력이 A등급인 학생으로 선발할 수도 있다. 대학마다 선발의 기준이 다름으로 인해 여러 줄 세우기가 가능한 것이다. 지금도 대학마다 반영하는 과목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여러 줄 세우기가 되고 있는 셈인데 제한적이고, 정기지필고사에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질적 문제가 있다. 그러나 세부적 능력에 대한 평점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하면 다양한 수행평가가 활성화될 것이다.
요컨대 수능절대평가와 내신절대평가를 대비해서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것인가를 묻는다면 내신의 정상화에 더 우선순위가 주어져야 한다. 만약 완전한 절대평가가 불가능한 구조라면 궁극적으로 절대평가를 지향해야 하겠지만 과도기적으로 느슨한 상대평가 즉 5등급 상대평가와 1등급 20% 이내라는 기준을 고수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현재 시행되는 5등급 성취평가제와도 잘 어울린다. 이것은 당장 2018 년 고1부터 적용되어야 한다. 수능도 단기적으로는 절대평가든 상대평가든 1등급의 비율을 10%수준으로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가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입전형에서 내신과 수능과의 상대적 비중의 문제가 어떻게 결론이 날 것인가? 그 황금비율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큰 그림은 이렇게 잡아야 한다. 수능과 내신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수능은 지필평가로 평가할 수 있는 것에 집중을 하고 내신은 일부는 수능에 대비한 것이기도 하지만 크게 보면 수능으로 평가되기 어려운 학생들의 다양한 능력, 발표력, 협업능력과 같이 수행평가를 통해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것으로 역할 구분이 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이 2가지가 적절하게 조합되는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다. 물론 수능으로만 혹은 내신으로만 선발하는 전형도 그대로 유지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수능+내신으로 선발하는 전형도 필요할 수 있다. 그것은 대학 자율에 맡겨도 좋을 것이다.
한편 내신의 상대평가가 완화되면 그 정도만큼 수능의 등급이 더 중시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만약 내신의 완화된 상대평가를 지키기 위해 상대적으로 수능의 등급이 중시된다고 할 때 수능 자체의 질을 개혁하는 것이 또 다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물론 이것과 무관하게 수능 자체의 질을 개혁하는 것은 중요하다. 객관식 평가의 한계를 벗어나 고차원적 사고를 요구하는 바칼로레아식 논술형 수능을 도입해야 한다. 그것은 수능의 개혁을 통한 학교 수업의 개혁이라는 과제를 위해서도 대단히 중요한 과제다.
다시 돌아가서 변별력 논란을 어떻게 돌파해야 하는가? 수능과 내신으로 줄세우기가 되지 않는 상위 10% 정도의 학생이 나올 수 있다. 그 정도가 나와야 정상이고 효과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패러다임 전환으로 대처해야 한다. 고교교육의 정상화라는 대전제로 대응해야 한다. 그 논리로 본고사 주장도 원천 봉쇄해야 한다. 이미 충분한 수준에 도달한 학생에 대한 과잉변별을 중단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패러다임은 결국 상위 10% 수준의 대학 간의 서열화 해체와 연결되어야 한다. 굳이 학생들의 수준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한 선발 체제 속에서 학생들의 입학 성적으로 형성되던 서열화 체제는 해체되고 대신 대학 교육의 질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굳이 대학입학보장제나 대학통합네트워크 등의 인위적 체제 개편이 없이도 결과적으로 그러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둘러싸고 기득권 대학의 저항이 있을 수 있는데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최우선적 가치로 삼고 상위권 대학의 요구에 맞춘 지나치게 세밀한 변별을 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원칙을 천명하고 나갈 필요가 있다.
2017년 6월 1일
(사)좋은교사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