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준 선생님 가정방문 기사가 떴어요~(경향신문 4월 16일자)

한성준 선생님 가정방문 기사가 떴어요~(경향신문 4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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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가정방문이 열 번의 상담보다 효과적”

                                           송현숙 기자 song@kyunghyang.com

ㆍ우연히 시작된 담임교사의 가정방문, 학생들 서로 이해하는 계기로
ㆍ‘좋은교사운동’은 13년째 방문 이어가 …가정과 학교간의 소통은 덤khan_art_view.html?artid=201304152019535&code=9404010

인천 신흥중 3학년 1반 한성준 담임교사(36)는 개학 후 눈코 뜰 새 없이 한 달을 보냈다. 모든 교사들이 바쁜 새 학기지만 그의 스케줄엔 ‘특별한’ 한 가지가 더 들어 있다. 바로 가정방문이다.

한 교사는 매년 3월 첫날 학부모들에게 편지를 보낸다. 담임과 학급운영 원칙을 소개하는데, 이 가운데 빼놓지 않는 것이 가정방문 안내다.

“학기 초에 학생들을 웬만큼 파악한 후 3월 말이나 4월 초에서 중순까지 가정방문을 실시하고자 합니다. 요즘 가정방문이 없어진 지가 언제인데 가정방문이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없는 시간을 쪼개어 가정방문을 하고자 하는 이유는 가정방문을 통하여 우리반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그들을 많이 이해하며 또한 그들을 많이 도와주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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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신흥중학교 한성준 교사(앞줄 왼쪽에서 세번째)가 지난 3월 새로 담임을 맡은 3학년 1반 학생들과 단체사진을 찍었다. 한 교사는 10년째 학기 초에 학급 학생들의 집을 방문해 상담하고 있다.

 

올해는 36명 중 15가정에서 신청했다. 학부모들의 시간과 동선에 맞춰 3월25일부터 4월4일까지 수업이 끝난 오후 6시부터 9시, 9시30분까지의 강행군이 이어졌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한 교사는 이 고생을 매년 자처한다.

올해 교직 10년째인 한 교사의 가정방문은 우연히 시작됐다. 교사가 된 첫해, 학급의 한 아이가 결석을 너무 자주 하고 교우관계에도 문제가 많았다. ‘대체 이 아이는 어떤 애길래 이러나’라는 생각에 주소지를 들고 무작정 집을 찾아나섰다. 아이의 집에 들어서며 받았던 충격을 한 교사는 잊을 수 없다. 일어서면 천장에 머리가 닿는 방, 몇 가지 되지 않는 음식물마저 썩어가고 있는 냉장고…. 아이는 공동화장실을 쓰는 쪽방촌에 살고 있었다. 아버지와 할머니는 주민등록등본상에만 존재할 뿐 이 중학교 2학년생은 거의 혼자 방치된 채 살고 있었다. 아침에 눈을 떠 기분이 좋으면 학교에 가고, 가기 싫으면 다시 자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분명 학교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가정방문을 하지 않았다면 1년간 몰랐을 일이다. 교무실에서 아이를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한계를 갖고 있는지 깨닫게 된 한 교사에게 아이들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것은 교사생활의 ‘제1원칙’이 됐다.

올해 가정방문에선 성적이 좋아 당연히 대학진학 관련 상담을 할 줄로 생각했던 한 학생의 집에서 아이와 부모 모두 특성화고 진학을 원한다는 것을 알고 적절한 정보를 주고 있다. 부모의 이혼 후 조부모와 사는 아이에 대해선 할아버지와 한 교사가 손을 맞잡고 자꾸만 비뚤어지려는 아이의 마음을 붙들 수 있는 길을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 교사는 “아이들이 갈수록 언어와 행동에서 폭력적이 되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감수성이 약해져 걱정”이라고 했다. 그가 가정방문 후 반 아이들에게 친구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얘기해주며 아이들을 서로 연결해주려고 하는 이유다.

“○○가 지금은 우람하지만 어렸을 때 태권도복 입은 사진을 보니 아주 깜찍하더라.” “○○네 집엔 컴퓨터가 거실에 있고 부모님이 책을 좋아하시는지 책도 아주 많더라.” “○○는 마이스터고를 준비하는데 관심 있는 사람 있으면 선생님한테 얘기해. 함께 준비하자.”

아이들은 이런 얘기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내가 소중하듯 다른 아이도 모두 소중하다는 생각도 은연중 하게 된다. 학부모와 아이들이 “선생님은 내편”이라는 것을 믿는 순간 이미 학급운영의 절반은 성공이다.

때때로 교사로서도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의 아이들을 만날 때 한 교사는 가장 힘들다. 부모는 이혼하고 아버지는 알코올중독자에 폭력을 일삼는 가정의 아이들을 보면서 한 교사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너무 답답하다고 했다. 그래도 집에 불러 밥이나 먹이자고 생각하곤 자주 초대해 저녁식사를 함께한다. ‘내가 힘들어하는 부분을 담임이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이들에겐 큰 힘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한 교사의 가정방문은 올해 학교에서도 확산됐다. 지난해엔 교사 2명만 가정방문을 했는데, 올해는 17개 학급 중 7개 학급 교사들이 동참했다. 3학년은 6개 학급 중 5개 반이 가정방문을 하고 있다. 교장선생님도 출장비를 지원해주는 등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정말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칭찬에 한 교사는 “야간자율학습 끝나고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집에 태워다주며 밤 10시에 진학지도를 겸한 가정방문을 하는 고3 선생님, 가정방문 후 ‘선생님 집에도 오라’고 4~5명씩 반 아이들 모두를 초대하는 선생님도 있다”며 손사래를 쳤다.

기독교 교사들의 단체인 좋은교사운동의 가정방문은 2001년부터 시작돼 13년째 이어지고 있다. 담임교사가 학생들의 집을 방문해 아이들의 삶을 더 잘 이해하고 가정과 학교의 소통에 힘쓰자는 취지다. 한 교사도 이 단체에 속해 있다. 좋은교사운동은 “열 번 상담보다 한 번 가정방문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예전 ‘가정방문’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에 자세한 취지 설명과 함께 어떤 음식도 준비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부모들이 편한 시간에 맞춰 최대한 학부모들이 부담을 갖지 않도록 진행된다. 좋은교사운동의 가정방문은 가정방문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에 대해서는 교사가 ‘일대일 결연’을 맺고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며, ‘일대일 결연 기금’ ‘성과급 10%는 가난한 아이와 함께 기금’ 등을 조성해 일대일 결연 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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