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중 이명문 선생님 가정방문 동행취재기(경향신문 15.4.1)
좋은교사
가정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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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1 10:26
경향신문 2015년 4월 1일자 기사 공유합니다.
ㆍ‘좋은교사운동’ 이명문 교사의 가정방문 동행해 보니
▲ ‘오픈하우스’도 먼저 시도 아이들이 먼저 선생님집 찾아
한층 친숙해지는 계기 만들어… “학교와 가정이 가까워졌죠”
“와! 승호야. 이 프라모델들 다 네가 만든 거야? 선생님보다 훨씬 많은데 내가 자랑했던 게 창피하네.”
지난 26일 저녁 인천 용현동 승호(신흥중 3) 집에 담임선생님인 이명문 교사가 찾아왔다. 승호 방부터 돌아보며 승호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 이 교사는 거실로 나와 어머니와 마주 앉았다.
양화점을 한 할아버지가 승호를 위해 재활용품으로 손수 만들어주신 프라모델 장식장이 첫 화제가 됐다. 공부 잘하고 과묵한 줄만 알았던 승호가 집에선 말을 많이 하고, 쌍둥이 여동생이 있다는 얘기 등이 이어졌다. 주된 화제는 고교 진학 문제였다. 이 교사는 특목고·일반고에 대해 승호와 어머니가 궁금해하는 것을 답해주고, 이전 학교에서부터 본 여러 가지 진학 사례들도 자세히 전했다. 방문 전 단단히 약속한 대로 탁자 위에는 물 한 컵 놓여 있지 않았다.
“승호는 사실 걱정할 게 없는 아이예요. (저는) 승호보다는 마음 써야 하는 아이들에게 시간을 많이 할애하게 될 수도 있는데 이해해주세요.”
“선생님만 믿어요. 학급 일에 도움이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어머님도 궁금한 일 있으면 어려워 마시고 언제든 연락 주세요.”
이 교사가 진로에 대한 소책자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승호 집을 나선 건 오후 7시30분이 넘어서였다. 승호 어머니 김옥희씨(44)는 “선생님이 집에 오신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나는 고향이 시골이라 어렸을 때 선생님이 아무 때나 집에 찾아오셨는데, 지금은 부모들이 학교에 가도 선생님들과 서먹하고 편하게 얘기하기가 힘든 분위기”라며 “선생님이 와주시니 궁금한 것들을 다 여쭤볼 수 있어 정말 좋았다”고 덧붙였다. 승호 아버지도 이날은 일찍 퇴근해 함께했다.
이 교사는 지난 24일부터 학급 아이들의 집을 방문 중이다. 아이들이나 부모와의 마음의 벽을 허물기 위해 이 교사는 한 달 전부터 여러 가지를 차근차근 준비했다. 새 학기 첫날인 3월2일 자신을 소개하는 편지를 학부모에게 보내고, 그 편지 속에 3월 말~4월 초에 가정방문을 한다는 것을 안내했다. 2주쯤 후엔 한 통의 편지를 다시 띄웠다.
“3월 첫날에 편지에서 말씀드린 대로 3월 말에 가정방문을 하고자 합니다. 가정방문을 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학생과 제가 좋은 일대일의 관계를 맺기 위함입니다. 교사가 학생에 대해 아는 만큼 학생에게 관심을 갖고 사랑하고 학교생활을 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학급생 25명 중 17명이 가정방문을 신청했고, 나머지 8가족은 학교로 찾아오거나 전화상담 등을 하기로 했다. 이렇게 3월24일부터 2주간 오후 5시~9시30분 사이에 하루 2~4명씩의 가정방문 시간표가 짜였다.
올해 이 교사는 ‘오픈하우스’도 처음 시도했다. 예전에도 선생님 집에 놀러 오고 싶은 애들은 오라고 했지만, 올핸 아예 4~6명씩 조를 짜서 모든 아이들이 3월의 주말 동안 2시간 정도씩 놀다 가게 했다. 아이들에게 라면을 끓여주고, 보드게임을 하고, 진 아이가 벌칙으로 설거지를 하면서 아이들끼리도, 선생님과도 한층 친숙해졌다. “너희가 우리 집에 오고 선생님은 너희 집에 갈게.” 가정방문 전 이 교사가 아이들의 마음을 열며 한 말이다.
올해 교사생활 11년째인 이 교사가 전체 학급생을 대상으로 가정방문을 한 것은 2년밖에 안된다. 2~3년차부터 가정통신문을 가져오지 않거나 학교생활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만 2~3명 정도 벌을 준다는 생각으로 가정방문을 해왔다. 그렇게 5~6년을 지내다 가정방문에 대한 생각을 바꿔놓은 계기가 생겼다. 그때도 학교생활이 불성실한 한 아이 집을 찾아갔는데, 부모가 밤늦게 퇴근할 때까지 아이가 캄캄한 집에서 혼자 저녁도 안 먹고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고, ‘가정방문을 하면 아이를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겠구나’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3년 전 발령받은 신흥중에서는 여러 교사가 이미 가정방문을 하고 있었다. 이 교사도 지난해 담임을 맡고부터 가정방문에 동참했다.
“학급생 전체를 대상으로 가정방문을 하면서 그 위력을 깨닫게 됐어요. 학교에서는 절대 몰랐을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고, 학교와 가정이 한층 가까워졌죠.”
밤늦게까지 서너 집을 찾아 상담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교사는 “몸은 피곤해도 가정방문이 선생님에 대한 믿음을 싹트게 하는 시작이 된다는 것을 지난 1년간 느꼈다. 이 경험 때문에 올해 가정방문은 더욱 기대하고 열심히 준비하게 됐다”며 웃었다.
ㆍ‘좋은교사운동’ 이명문 교사의 가정방문 동행해 보니
▲ ‘오픈하우스’도 먼저 시도 아이들이 먼저 선생님집 찾아
한층 친숙해지는 계기 만들어… “학교와 가정이 가까워졌죠”
“와! 승호야. 이 프라모델들 다 네가 만든 거야? 선생님보다 훨씬 많은데 내가 자랑했던 게 창피하네.”
지난 26일 저녁 인천 용현동 승호(신흥중 3) 집에 담임선생님인 이명문 교사가 찾아왔다. 승호 방부터 돌아보며 승호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 이 교사는 거실로 나와 어머니와 마주 앉았다.
양화점을 한 할아버지가 승호를 위해 재활용품으로 손수 만들어주신 프라모델 장식장이 첫 화제가 됐다. 공부 잘하고 과묵한 줄만 알았던 승호가 집에선 말을 많이 하고, 쌍둥이 여동생이 있다는 얘기 등이 이어졌다. 주된 화제는 고교 진학 문제였다. 이 교사는 특목고·일반고에 대해 승호와 어머니가 궁금해하는 것을 답해주고, 이전 학교에서부터 본 여러 가지 진학 사례들도 자세히 전했다. 방문 전 단단히 약속한 대로 탁자 위에는 물 한 컵 놓여 있지 않았다.
“승호는 사실 걱정할 게 없는 아이예요. (저는) 승호보다는 마음 써야 하는 아이들에게 시간을 많이 할애하게 될 수도 있는데 이해해주세요.”
“선생님만 믿어요. 학급 일에 도움이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어머님도 궁금한 일 있으면 어려워 마시고 언제든 연락 주세요.”
이 교사가 진로에 대한 소책자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승호 집을 나선 건 오후 7시30분이 넘어서였다. 승호 어머니 김옥희씨(44)는 “선생님이 집에 오신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나는 고향이 시골이라 어렸을 때 선생님이 아무 때나 집에 찾아오셨는데, 지금은 부모들이 학교에 가도 선생님들과 서먹하고 편하게 얘기하기가 힘든 분위기”라며 “선생님이 와주시니 궁금한 것들을 다 여쭤볼 수 있어 정말 좋았다”고 덧붙였다. 승호 아버지도 이날은 일찍 퇴근해 함께했다.
이 교사는 지난 24일부터 학급 아이들의 집을 방문 중이다. 아이들이나 부모와의 마음의 벽을 허물기 위해 이 교사는 한 달 전부터 여러 가지를 차근차근 준비했다. 새 학기 첫날인 3월2일 자신을 소개하는 편지를 학부모에게 보내고, 그 편지 속에 3월 말~4월 초에 가정방문을 한다는 것을 안내했다. 2주쯤 후엔 한 통의 편지를 다시 띄웠다.
“3월 첫날에 편지에서 말씀드린 대로 3월 말에 가정방문을 하고자 합니다. 가정방문을 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학생과 제가 좋은 일대일의 관계를 맺기 위함입니다. 교사가 학생에 대해 아는 만큼 학생에게 관심을 갖고 사랑하고 학교생활을 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학급생 25명 중 17명이 가정방문을 신청했고, 나머지 8가족은 학교로 찾아오거나 전화상담 등을 하기로 했다. 이렇게 3월24일부터 2주간 오후 5시~9시30분 사이에 하루 2~4명씩의 가정방문 시간표가 짜였다.
올해 이 교사는 ‘오픈하우스’도 처음 시도했다. 예전에도 선생님 집에 놀러 오고 싶은 애들은 오라고 했지만, 올핸 아예 4~6명씩 조를 짜서 모든 아이들이 3월의 주말 동안 2시간 정도씩 놀다 가게 했다. 아이들에게 라면을 끓여주고, 보드게임을 하고, 진 아이가 벌칙으로 설거지를 하면서 아이들끼리도, 선생님과도 한층 친숙해졌다. “너희가 우리 집에 오고 선생님은 너희 집에 갈게.” 가정방문 전 이 교사가 아이들의 마음을 열며 한 말이다.
올해 교사생활 11년째인 이 교사가 전체 학급생을 대상으로 가정방문을 한 것은 2년밖에 안된다. 2~3년차부터 가정통신문을 가져오지 않거나 학교생활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만 2~3명 정도 벌을 준다는 생각으로 가정방문을 해왔다. 그렇게 5~6년을 지내다 가정방문에 대한 생각을 바꿔놓은 계기가 생겼다. 그때도 학교생활이 불성실한 한 아이 집을 찾아갔는데, 부모가 밤늦게 퇴근할 때까지 아이가 캄캄한 집에서 혼자 저녁도 안 먹고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고, ‘가정방문을 하면 아이를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겠구나’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3년 전 발령받은 신흥중에서는 여러 교사가 이미 가정방문을 하고 있었다. 이 교사도 지난해 담임을 맡고부터 가정방문에 동참했다.
“학급생 전체를 대상으로 가정방문을 하면서 그 위력을 깨닫게 됐어요. 학교에서는 절대 몰랐을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고, 학교와 가정이 한층 가까워졌죠.”
밤늦게까지 서너 집을 찾아 상담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교사는 “몸은 피곤해도 가정방문이 선생님에 대한 믿음을 싹트게 하는 시작이 된다는 것을 지난 1년간 느꼈다. 이 경험 때문에 올해 가정방문은 더욱 기대하고 열심히 준비하게 됐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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