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비정규직 노조 초등돌봄 전담사의 파업에 대해 긴급히 좋은교사운동 선생님들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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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비정규직 노조 초등돌봄 전담사의 파업에 대해 긴급히 좋은교사운동 선생님들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좋은교사 0 680
예수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좋은교사운동 선생님들께 문안 드립니다. 

학교비정규직 노조가 8시간 전일제 노동과 돌봄교실의 지자체 이관 및 민영화를 철회하라고 요구하며 11월 6일 초등돌봄전담사의 파업을 예고하였습니다. 파업을 예고한 지 한참의 시간은 지났지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지 못한 채 급기야 파업 실행 직전까지 오게 되어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좋은교사운동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지만, 이번 파업은 중단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성명서를 통해 밝히고자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전 국민적 재난의 시기에 아이들을 볼모로 하는 파업은 어떤 이유에서든 정당화될 수 없고, 전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될 것이기에 파업계획을 즉각 철회할 것을 학교비정규직 노조에 요청했습니다. 

이와 같은 입장을 발표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초등돌봄전담사의 요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불안정한 노동환경에 돌봄교실이 지자체로 옮겨지게 되면 사업 주체가 불분명해지고, 이에 따라 직업 자체의 안정성이 떨어질 것을 염려하는 것은 충분히 공감이 됩니다. 그러나 감염병으로 인해 대다수 국민의 삶의 뿌리가 흔들리는 시기에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학부모, 그리고 충분한 보호를 받아야 할 아이들이 불안정한 상황 속에 있게 되는 어려움을 감안한다면, 지금과 같은 시기에 일어나는 파업을 지지할 국민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파업이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라 해도, 지금은 함께 어려움을 감당해야 할 시기라는 점에서 잠시 권리 행사의 유예를 선택하는 것이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초등돌봄전담사의 파업이 예고되니, 교총과 교원노조들은 교사들을 대체근무로 투입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미리 선을 긋고 있습니다. 학생들을 돌보지 않으며 파업을 하는 노조의 모습이나, 대체근무를 할 수 없다 선을 긋는 교원노조의 모습은 결국 학부모들에게는 모두 아이들을 버리고 각자의 이해를 위한 싸움을 하는 비교육자들로 보일 뿐입니다. 

우리는 이와 같은 상황을 보면서 몇 달 전 의사들이 의료 공공성과 관련된 정부 정책을 반대하면서 진료 거부했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몸의 질병 때문에 의사 외에는 의지할 곳 없는 환자들을 볼모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것을 보며 직업인으로서의 소명을 포기한 것처럼 비쳐졌습니다. 아무리 그들의 주장이 정당했다 하더라도, 환자를 인질 삼아 싸움을 벌이는 의사들의 모습에 저 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실망과 분노의 감정을 느꼈던 것입니다. 

지금 학교비정규직 노조가 벌이는 초등돌봄전담사의 파업은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가느다란 희망이라도 붙잡고 살아가고 있는 국민들, 특히 아이를 기르는 학부모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안기면서까지 주장을 펼치는 것은 국민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고, 마치 협박처럼 보일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파업이 진행되더라도 ‘우리는 모르는 일이다’라는 식으로 선을 긋는 교사들을 볼 때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돌봄 전담 선생님이든 교원이든 아이들에게는 모두가 선생님이며, 선생된 자는 아이들이 있을 때만 존재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볼모로 놓고 벌이는 이런 갈등은 국민들과 교육 주체 모두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며 학교 공동체를 해치는 일입니다. 

하여, 좋은교사운동은 학교비정규직 노조의 초등돌봄전담사의 파업 철회를 요구함과 동시에 돌봄의 공백을 비워둬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다른 교사 단체를 향한 메시지를 낼 것입니다. 이는 좋은교사운동 회원님들께, 혹시라도 근무하시는 학교에 돌봄의 공백이 생겨서 담임교사가 아이들을 데리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되더라도, 마다하지 마시고 아이들의 안전과 마음을 돌보는 자리를 지켜주십사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이 부탁을 드리면서도 마음 속에 갈등이 있습니다. ‘그래, 좋은교사운동 너네만 착하지?’, ‘그래, 착한 너희가 알아서 해라.’ 라는 비아냥이 들려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솔로몬 왕 앞에서 서로 자기 아이임을 주장하다가, 왕이 아이를 반으로 갈라서 나눠 가지라 할 때, 결국 친어머니가 아이를 포기한 이야기가 있듯이, 결국 극단적 상황 앞에서는 자기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 곧 아이를 향한 자기 사랑의 마음을 증명해 주는 것이라는 말씀 앞에서 마음을 굳게 먹게 됩니다. 
돌봄교실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 돌봄 행정과 교사의 교육활동이 분리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좋은교사운동도 교육부와의 협의의 자리와 입장문 등을 통해 수차례 밝혀 왔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같이 모두가 고통받고 있는 시대에 아이의 곁을 비우는 선택은 그 어떤 논리로도 납득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어려운 선택을 하자라고 회원님들께 말씀 드립니다. 이런 선택이 우리를 교사로 부르신 하나님 아버지의 뜻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된 자의 삶의 방식이라 믿습니다. 동의하기도, 마음으로 내키지 않을 수 있지만 함께 아이들의 곁을 지키자 말씀 드립니다. 우리 눈 앞에서 아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지켜 보기만 할 수는 없으니까요. 이와 같은 좋은교사운동의 결정에 대해 믿는 마음으로 함께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돌봄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 각 구성원들이 화합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아울러 돌봄교실의 문제에 대해 좋은교사운동이 제시하고 있는 대책을 말씀드립니다. 
요약부터 드리면, 이렇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1)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돌봄 환경은 가정이며, 돌봄 정책은 부모가 아이들을 더 잘 돌볼 수 있는 노동정책과 함께 수립되어야 한다. 
2) 현실적으로, 아이를 돌볼 여유를 얻기 어려운 노동 환경 속에 있는 수많은 가정들을 생각할 때 사회적 돌봄 서비스는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
3) 돌봄 서비스 확대의 필요에 비해 부족한 사회 인프라로 인해 초등돌봄교실이 확대되어 왔고, 그 과정에서 교사가 돌봄 행정에 투입되면서 반대 급부로 초등 교육의 손실도 커지게 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의 대책이 필요하다.  
4) 장기적으로 돌봄 행정은 일원화되어야 한다. 보건복지부-여가부-교육부에 흩어져 있는 돌봄 행정을 하나로 묶어 통합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법적 근거와 지방자치단체와 협력, 마을 돌봄과의 통합을 고려할 때 보건복지부 산하의 독립 관청 체제가 타당하다고 본다. 
5) 위와 같은 통합적인 관리시스템이 운영된다면, 장소는 학교 시설, 학교 옆 시설, 마을 시설 등 지역 여건에 따라 다양하게 운영될 수 있다. 단설 돌봄센터, 병설 돌봄센터, 마을 돌봄센터 등 다양한 형태가 가능할 것이다. 
6) 질높은 돌봄 서비스에 대한 장기적 비전을 세워서 국민과 공감대를 만든다면,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사업임을 감안하여 이행 로드맵을 만들어 점진적인 이행 절차를 밟아야 한다. 
7) 우선 단기대책으로 교사들이 아니라 돌봄전담사들이 돌봄 행정까지 맡을 수 있도록 노동 여건을 8시간 전일제 노동으로 개선해야 한다.
2020년 11월 5일
공동대표 김영식김정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