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기독교사대회를 1년 후로 연기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평안을 전합니다. 선생님들. 안녕하신가요?
좋은교사운동 실행위원회는 2020년 8월 예정이었던 기독교사대회를 1년 후로 미루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개학이 3주 늦춰졌고, 각 학교의 방학일정을 고려해 볼 때, 8월 4일 대회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1주 늦출 것을 고민해 보았으나, 백석대학교나 주강사 목사님의 스케줄과 맞지 않아 이도 어렵게 되었습니다. 좋은교사운동과 기독교사들에게 대회가 주는 의미를 생각할 때 너무 안타깝고, 아쉽고 속상하지만, 온 사회가 힘겹게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계획만 차질없이 진행될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허망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일이 이렇게 된 것에 누구를 원망하는 마음을 품기보다 우리보다 더욱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분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이 위기를 이겨내는 것에 마음을 모으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합당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더 잘 준비해서, 1년 후에 선생님들을 뵙도록 하겠습니다.
대회를 1년 미루면서 선생님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3월의 학교에 아이들이 없는 낯선 풍경을 경험하면서 세상이 이렇게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연결되어 있으니, 한 사람의 선택이 다수에게 큰 영향을 줍니다. 한 사람의 잘못된 선택과 부주의가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줍니다. 타인의 삶을 멈춰 세우기도 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운전 중에 딴 짓을 하다가 정지한 앞차를 들이받아 그를 병원에 입원시킨 적도 있습니다. 보 험 을 이용해서 피해를 보상했지만, 제가 그 분의 삶의 계획을 망가뜨린 것은 분명합니다. 반대로 한 사람의 선택이 여러 사람을 살리기도 합니다.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나의 안전과 평안을 위해 각자도생해도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세상의 문제를 각자도생의 방식으로 풀기보다 공동체적인 관점에서 서로의 삶을 돌아보고 연대해서 풀어가는 태도가 당위와 효과 면에서 더 낫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라나는 아이들이 각자도생의 삶보다 사랑과 연대, 공동체적인 삶을 지향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 교육의 철학과 지향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먼저 사랑하는 것, 이것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알려주신 삶의 방식이자 지혜입니다.
대회는 취소되었지만 위기 속에서 교육이 흔들리지 않도록, 학교에서 다시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도록 학교 현장을 잘 지켜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렵고 힘든 학교 현장인데, 더욱 어렵게 되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불안해 합니다. 교사, 학부모, 학생 가릴 것 없이 자신의 힘듦과 아픔을 이야기하며 옆에 있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기 십상인 때입니다. 이럴 땐 서로의 불안한 마음을 읽어주고, 힘들고 아픈 삶을 먼저 공감해 주는 사람이 꼭 필요합니다. 각자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예수님은 먼저 아프고 힘든 이를 찾아가시고 위로하시고, 고치시고, 넘어진 자를 일으켜 세우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각자의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라 살기를 명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을 사랑하시고 바꾸시는 방식이 세상의 여느 사람들과 같이 자기가 가진 부와 권세, 권력도 아니고 Give & Take의 교환도 아닌 먼저 사랑하고 섬기는 삶이었다는 것입니다.
선생님이 작은 예수입니다. 선생님이 좋은교사입니다. 2020년 한 해, 학교에서 다시 작은 예수의 삶을 살아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소중한 여러분을 지켜주십시오. 기독교사됨을 지켜주십시오. 예수님처럼 죽는 것 같지만 다시 사는 부활의 승리를 경험하길, 하나님께서 부르신 기독교사의 길을 용기있게 함께 걸어가기를 소망합니다.
학생을 지키는 것이 나의 기독교사됨을 지키는 길입니다. 학생이 배우고 성장하는 교육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 학생이 없으면 하나님께서 굳이 우리를 부르실 일이 없었습니다. 학생이 있기에 우리가 존재합니다. 누가 알아주는 것과 상관없이 학생의 곁을 지키는 것을 사명으로 알고 나서 주십시오. 특별히 학교생활을 어려워하고 힘들어 하는 학생들, 교실 속에서 위기 속에 있는 학생들의 곁을 지켜 주시고, 그들의 필요를 찾아 채워주는 일에 더욱 힘써 주십시오. 수업을 지키는 것이 나의 기독교사됨을 지키는 길입니다. 수업이 많이 어렵습니다. 입시 제도도 도와주지 않고, 애써 준비한 수업을 듣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을 만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학생이 배울 수 있는 방법 찾기에 최선을 다하고, 나의 수업을 듣는 학생이 단 한명만 있어도 그 학생을 위해 최고의 수업을 준비하겠다는 마음으로 아이들 앞에 서 주십시오. 이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압니다. 열심히 준비할수록 더 큰 상처만 입는 일도 많습니다. 그러나 마른 땅에 실개천을 내는 심정으로 하루하루 한명한명 학생들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동료 교사를 지키는 것이 나의 기독교사됨을 지키는 길입니다. 교사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참 많아졌습니다. 열심히 할수록 더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내 교실, 내 수업 하나 지키는 것도 벅찹니다. 그럼에도 교실에서 학생을 사랑하다가 상처입은 동료 교사를 외면하지 마시고 공감하고 격려해 주십시오. 학교 안에서 공동의 배움과 격려가 필요한 교사를 모아, 이야기를 시작하십시오. 그 자리에서 서로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깊이 들어주십시오, 내 마음을 안전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 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과 염려 가운데 있지만, 희망을 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퇴근도 하지 못하고 병원을 지키는 의료진들, 위험하지만 대구 경북 지역으로 자원봉사하러 떠나는 의료인들, 매일같이 늘어나는 확진자들 때문에 여기저기에서 비난과 비판을 들어가면서도 확산을 막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애쓰고 수고하는 보건당국자들. 그들을 보며 우리는 희망을 발견하고 위로를 얻습니다.
지금의 교육 현실에 대해 국민들도 많이 지쳐 있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희망을 보기를 원하고 있을 것입니다. 학교 밖 상황과 상관없이, 어려운 교육 여건 속에서도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고 그들과 함께 하는 교사들을 볼 때에 국민들은 교사들을 응원하고 지지하고, 교사들이 요구하는 교육개혁의 길에 동참해 줄 것입니다. 그 때까지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우리가 학생의 곁을 지키며 길고 긴 싸움을 해야 할 것입니다.
좋은교사운동이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의 손을 잡고 우리 교육을 새롭게 하는 일에 나서겠습니다. 말도 안되는 교육 현실 속에서 아이들을 삶을 지킬 수 있는 새로운 교육의 길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길에 앞장서겠습니다. 선생님 가까이에서, 특별히 어려움을 만난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그리고 그 분과 함께 손을 잡고 걷겠습니다. 선생님 곁에 좋은교사운동이 있음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우리 앞서 걸어가신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따라 이웃을 사랑하고 세상을 바꾸는 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학교에 꽃이 피었습니다. 선생님이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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