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지금 우리 교사들은 안갯속을 걷는 막막함 가운데에 있습니다.
어찌 교사들뿐이겠습니까? 전 국민, 아니 전 인류가 같은 길을 걸어가는 공동 운명체와 같습니다. 며칠 전 교육부가 온라인 개학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설마했던 상황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 지금 우리 선생님들이 얼마나 바쁘실지 상상하기가 싫을 정도입니다. 학년별로, 교과별로 모여 하나의 온라인 플랫폼을 합의하는 과정이며 하루의 일과 운영에 대한 고민이며 서로의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 하나둘이 아닙니다. 게다가 원격수업에 필수적인 디바이스와 인프라는 어쩔 것이며 온라인상에서의 출결 확인과 평가 또한 어떻게든 풀어야 할 것인데 이 모든 산적한 난제들을 짧은 기간 동안 최대한 신속히 결정해야 하는 부담감 앞에서 머리도 가슴도 온통 먹먹합니다. 무엇보다 각 가정에 흩어져 있는 아이들을 살피는 일, 여기엔 몇 십 배의 에너지를 소모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비상한 상황이 되고 학교가 멈추니 우리 선생님들을 힘들게 하는 장애물들이 더욱 도드라져 보입니다. 학교 현장과 소통보다 늘상 익숙한 행정 편의주의에 기반한 업무와 학사일정을 요구하는 교육청, 평소보다 몇 배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연공서열 등 관행 앞에서 멈춰지는 답답한 학교문화는 선생님들을 몇 갑절이나 곤란하게 합니다. 학교가 입시 경쟁이라는 거대한 틀에 갇혀 있다 보니, 출결은 어떻게 확인할 것이며, 평가는 어떻게 할 것인지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답이 없습니다. 이렇게 학교가 멈춰서니 그런 것들이 얼마나 우리 교육을 불편하게 하는 것인지 새삼 알게 됩니다. 그 언젠가는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것입니다. 그때는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교육의 장애물을 걷어내어 교육의 본질에 더 집중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앞으로 아이들의 성장과 배움을 돕는 학교가 어떤 형태와 내용으로 존재해야 할지를 근본적으로 물으면서 새로운 학교와 교육을 꿈꾸고 상상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선생님이 경험하고 계신 이 불편함과 낯섦과 갑절의 수고를 헛되이 버릴 수 없습니다. 지금의 그 경험을 기억하여 장차 아이들의 성장과 배움에 장애가 되는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걷어내는 데 힘을 쏟아야겠습니다. 좋은교사운동도 비상한 상황에서 고군분투하시는 선생님들을 돕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을 도울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지금 선생님들이 겪고 계신 일 중 무엇이 교육의 장애물인지를 의견을 주십시오.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몇 차례 교육부에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앞으로도 최대한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교육당국에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온라인 수업과 관련하여 도움이 될 만한 사례와 자료들을 계속해서 공유하고 소개하겠습니다. 향후 회원 메일과 SNS 등을 계속해서 주목해 주세요. 또 선생님 스스로 참여하여 좋은 자료를 나눠주십시오. 그러면 저희도 그것들을 필요로 하는 분들에게 퍼질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지금도 정회원 대상으로 좋은교사운동 오 픈 채 팅 방 을 통해 많은 자료와 정보를 나누고 있습니다. 셋째, 좋은교사대학을 통해 ZOOM과 같은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한 원격 수업 강좌를 지원하겠습니다.어제부터 본격적으로 ZOOM을 통해 과목별, 학교급별로 원격수업에 대한 노하우와 고민을 나누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현장의 요청을 수용해 ZOOM을 통해 원격 수업을 지원하겠습니다. 넷째, 취약 계층에 있는 학생들을 위한 결연기금을 모아 그 아이와 가정에 실질적인 지원이 갈 수 있도록 애쓰겠습니다. 사회복지법인 유스투게더와 함께 코로나 19로 위기에 처한 아이들을 돕고자 합니다. 학급에 도움이 필요한 학생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아울러 선생님께 몇 가지 부탁드립니다. 첫째, 일주일 동안 담임하고 있는 학급의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하나님께서 우리 아이들의 삶에 은총을 베푸시기를 매일 기도합시다. 둘째, 학생-학부모와 신뢰를 쌓는 데 힘써 주십시오.지금은 어느 때보다 신뢰가 생명입니다. 그 신뢰 위에서 온라인 수업 등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힘드시겠지만 수시로 아이들과 전화, 문자, 상담을 통해 신뢰의 끈을 견고하게 세우시길 바랍니다. 셋째, 원격수업에 대해 좀 더 마음을 열고 적극적으로 접근해 주세요. 특별히 경험이 많은 분들께서는 동료 선생님들과 그 사례를 공유해 주세요.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가볍게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시고 그것을 공유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만이 좋은 수업은 절대 아닙니다. 화려한 수업이 좋은 수업이 아니라, 삶이 녹아든 수업이 좋은 수업 아니겠습니까? 원격수업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먼저 시도해 보시고, 시행착오의 과정과 결과를 동료 선생님들과 나누는 기독교사들이 되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상담 활동을 통해 만난 어려움 중에 있는 아이들을 좀 더 특별하게 살펴 주십시오. 온라인 학습에 접근할 수 있는지, 홀로 학교 일정을 따라올 수 있는지 살펴 주시고, 어렵다면 개인적으로 학교에 불러서 도울 수도 있겠습니다. 물리적 거리 두기가 마음에 걸리지만, 당장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들이 있다면 마스크 하고 조심해서라도 길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특별히 좋은교사운동에서 코로나19 위기학생을 위한 결연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려운 가정이 생기면 사회복지단체 유스투게더를 통해 선생님 통장으로 직접 송금해 드립니다. 좋은교사운동의 일대일 결연 사업 관련 메일을 참고해 주십시오. 지금은 더욱 깨어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에게 하늘의 은총을 부어 주셔서, 내 삶을 넘어 우리 아이들과 이웃들의 삶을 돌아볼 수 있게 하시고, 우리를 통해 이 땅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긍휼을 드러내 주시기를 함께 기도합시다. 지금은 오 리를 가자고 하는데 십 리를 동행해 주는 사랑을 보여 주어야 할 때입니다.우리가 먼저 학생과 학부모와 동료 교사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고, 고통을 함께해 주어야 할 때입니다. 아이들의 삶을 붙들고 있을 한 사람, 옆에 있는 동료의 손을 잡고 버티는 한 사람, 아이들의 영혼을 만나는 수업 하나를 붙들고 씨름하는 한 사람, 그렇게 기도하고 실천하는 사람. 그 사람이 하늘의 일을 감당하는 하나님의 사람일 것입니다. 요셉 한 사람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역사를 이룸과 동시에 애굽 땅의 7년 흉년으로부터 이스라엘 사람들과 애굽과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을 구하신 것처럼, 이때를 위해 우리 기독교사를 학교에 남겨두셨다고 믿습니다. 선생님 홀로 계시지 않도록, 기도하고, 연결하고, 지원하며, 세상을 향해 외치는 자리에 좋은교사운동도 선생님 곁에 서 있겠습니다. 선생님, 좋은교사운동과 함께 지금의 때를 함께 넘어 갑시다. 선생님은 우리교육의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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