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Q] 학부모가 몰래 수업을 녹음해도 되나요?

좋은교사 상담소

[FAQ] 학부모가 몰래 수업을 녹음해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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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학부모가 몰래 수업을 녹음해도 되나요?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학부모가 학생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서 제 수업을 몰래 녹음하는 일이 일어났어요.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지만, 학부모는 자녀의 말만 듣고 제가 학생을 학대한다며 증거확보 목적으로 녹음한 것이라서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 말이 맞나요?

 

A. 불법입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군요. 요즘 비슷한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먼저 여기 해당하는 법령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3조에 따르면,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거나 엿들어서는 안 됩니다. 또 같은 법 제14조에 따르면,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기나 도청기 같은 전자장치 또는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청취해서도 안 됩니다.

만약 이것을 어기고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엿듣거나 대화내용을 공개하면, 같은 법 제16조에 따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위법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녹음한 대화가 타인간의 대화인지 아니면 자신이 포함된 대화인지, 또 녹음할 때 당사자의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현행법으로는 자신이 포함된 대화를 본인이 직접 녹음하는 것은 처벌대상이 아닙니다. 또 당사자가 녹음을 허락했다면 이것 또한 처벌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법원 판례에 따르면, ‘통신비밀보호법이 보호하는 타인간의 대화란 원칙적으로 현장에 있는 당사자들이 육성으로 말을 주고받는 의사소통 행위를 가리킵니다. 교사의 수업을 대화로 볼 수 있는지는 쟁점이 될 수 있으나, 실제 수업 진행과정에서 교사와 학생 간에 의사소통이 수시로 이루어지는 점을 고려한다면, 수업을 대화로 보는 것에 무리가 없습니다. 또 그 학부모가 수업중인 교실에 없었다면 그 수업은 타인간의 대화에 해당합니다.

학부모는 교사가 자녀를 학대한다는 의심이 들어 이를 막을 목적으로 녹음한 만큼 공익적 동기가 있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녹음을 통해 얻고자 하는 공익에 비해 교사가 입게 될 피해가 결코 작다고 볼 수 없고, 진정서 제출 등 공익을 실현할 다른 방법이 있는데도 구태여 녹음이라는 불법적인 방식을 선택한 것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학부모는 또 자녀가 의사결정 능력이 미숙한 미성년자이므로 친권자인 자신이 동의를 대신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슷한 사건의 판례에 따르면, 법원은 자녀가 미성년자라는 이유만으로 자녀가 그 녹음에 동의한 것으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학부모가 교사의 동의를 얻지 않고 수업내용을 몰래 녹음했다면, 이것은 당사자의 동의 없이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므로 위법행위입니다. 그리고 녹음내용을 SNS 등에 올려 교사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면 사이버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법 논리를 떠나 교육적 관점에서 이 사건을 바라본다면, 교사는 자신의 학생지도 방식에 대해 학부모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학부모에게는 자녀가 교육적이고 안전한 환경에서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지, 살피고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학부모가 아동학대를 의심할 만큼 선생님의 지도방식에 과도한 면은 없었는지, 지도방식에 대해 학부모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했는지, 되돌아볼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교사의 수업을 몰래 녹음한 것이 위법행위인 만큼, 그에 대해 고소 등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전적으로 선생님의 권리입니다. 그러나 그 전에, 선생님의 학생 지도방식이 학부모로부터 지지와 협력을 얻을 수 있도록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대부분의 학부모는 교사의 수업을 몰래 녹음하는 것이 위법행위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교장에게 건의하여 가정통신문을 통해 교사의 수업을 몰래 녹음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는 점을 학부모들에게 적극 알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 일로 인하여 선생님이 받으신 마음의 상처가 빨리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출처: 전교조 서울지부 교권자료실 360호, 2019.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