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의 별이 된 하늘이를 애도하며 깊은 추모의 뜻을 전합니다. 이번 사건은 교육 공동체 전체에 큰 충격을 주었으며,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대전에서 일어난 비극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동료 교원에게 폭력을 휘두르다가 급기야 아무 잘못도 없는 어린 학생에게 분노를 폭발시킨 사건입니다. 참극이 일어나기 전에 폭력의 전조 증상이 있었고,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어려움을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전조 증상에 해당하는 이상행동과 폭력에 초점을 맞추고, 교직을 수행하기 어려운 교원을 학교 현장에서 일시적으로 분리시킬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교육부에서 내놓은 대책과 국회에서 경쟁적으로 발의되고 있는 법안들은 교원의 정신질환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모든 교원들을 잠재적 정신질환자로 몰아가고 있어 제대로 된 해법이 될 수 있을지 크게 우려됩니다. 모든 교원을 대상으로 정신감정을 받게 한다거나, 정신질환을 가진 교원을 직권휴직과 직권면직을 시킨다는 등의 대책은 학교를 위험으로부터 막을 수 없을 뿐더러 교원의 교육활동을 위축시키고, 교원 스스로 정신건강을 돌보고자 하는 노력을 기피하게 만드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 뻔한 대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인들 누구라도 언제든지 걸릴 수 있다는 우울증은 무기력과 의욕 상실, 대인기피 증상을 호소하는 등 공격의 화살이 대체로 자기 자신을 향하고 있으며 타인을 향한 묻지마식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우울증에 대해 조기 진단과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드러내고 치료받도록 도와야 함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러 법안들은 교원들에게 정신감정을 강요하고, 휴직과 면직 조치 등을 이야기하고 있어, 교원들이 정신적 고통을 드러내고 치료하도록 격려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숨기고 감추게 함으로써 문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 예상됩니다. 실제 정신 이상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마음먹고 감추고 숨기려 하면 얼마든지 숨길 수 있음을 고려할 때, 학교를 오히려 위험 요소가 잠복된 채 더 큰 위험한 공간으로 만드는 꼴이 될 것입니다.
법안의 제출 과정도 학교 현장이 믿고 따르기 어렵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비극적 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때에 국회의원들이 마치 선두 경쟁이라도 하듯 법안을 내놓은 것을 보며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하나같이 질환교원심의위원회의 법제화, 정신질환 교원에 대한 직권 휴직과 면직, 교원에 대한 정신감정 등의 내용을 담아 놓았습니다. 정신의학 전문가와 현장 교원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는 과정도 없이 속도에 쫓겨 제출된 법안이 과연 비극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 확신하고 내놓은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원의 정신건강 문제는 ‘배제’가 아니라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교원의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심의위원회’가 아닌, 실질적인 예방과 지원 시스템의 구축입니다.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교사들이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상담·의료 지원을 강화하고, 직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비극의 전조에 해당하는 기물파손, 폭력 등을 동반하여 물의를 빚은 교원을 교육 공간에서 일시적으로라도 긴급하게 분리하는 방안, 교직을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판단되는 교원을 쉬게 하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 등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방안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열의를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원의 교육활동이 위축되는 일이 없게 하고, 교원들이 자기의 정신건강을 드러내놓고 돌볼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까지 종합적인 대책이 함께 만들어져야 합니다.
면피하듯 속전속결로 내놓은 대책이 제대로 된 재발방지책이 될 수 없음은 자명합니다. 정신건강 전문가, 현장 교원, 학부모의 이야기부터 귀기울여 들어야 합니다. 섣부른 대책으로 교육 현장만 혼란하게 할 것이 아니라 늦더라도 제대로 된 대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학생 안전 보호와 교원 정신건강 지원은 상충되는 개념이 아닙니다. 교사가 건강해야 학생들도 안전한 교육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좋은교사운동은 앞으로도 법안 논의 과정에 적극 참여하며, 교사들이 신뢰받는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교육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개선을 촉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