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5일 2023년 교육부 업무 보고를 통해 4대 개혁 분야, 10대 핵심 정책을 통해 교육개혁을 추진하겠다 발표하였습니다. 교육개혁으로 대한민국 재도약의 시작을 열겠다는 비전도 제시하였습니다. 이 시대 교육고통을 생각하면, 교육개혁은 다음 세대 미래교육을 위해 시급한 일입니다. 교육개혁은 일관성 있고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그 성과를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러나 이번 업무 보고 내용 중에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될 우려스러운 부분이 다수 있습니다.
첫째,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은 변화하는 디지털 기술을 교육 영역에 도입하는 것으로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이 혁신의 우선순위인지는 의문입니다. 교육을 고통으로 인식하는 데에는 고교 서열체제와 대학 서열체제, 미래교육에 적합하지 않는 5지 선다형 상대평가 대입시가 가장 큰 요인입니다. 단 한 명도 놓치지 않는 개별 맞춤형 교육을 4대 개혁 분야로 정했으나, 정작 교육 고통의 근본 원인인 대입시제도 개혁은 빠져 있습니다. 2028 대입 논의에서 큰 변화를 주기 어렵다는 이주호 장관의 지난 발언과 이번 업무 보고에서 찾을 수 없는 대학입시 문제 해결 방안을 감안하면, 디지털 신기술과 AI 기반 코스웨어로 한 줄 세우기 입시 경쟁교육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미밖에 되지 않습니다.
또한 고교 다양화로 학생 맞춤형 교육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학생 맟춤형 교육은 학교 서열화를 조장하는 고교 다양화가 아니라 학교 내 교육과정 다양화로 풀어야 문제입니다. 마찬가지로 IB 프로그램 확산은 교육부가 할 일이 아닙니다. 교육부가 할 일은 시도별로 운영하는 IB 사례를 연구해, 한국형 평가체제 혁신의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둘째, 교사혁신 지원 체제 마련 방안으로 제시한 대학원 수준의 교원 양성을 위한 교육전문대학원 도입 안은 교원 양성 인력의 적정화 문제 해결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예비교사의 전문성 확보 문제를 교육전문대학원 체제로의 변화로 풀어야 할 것인지, 현행 교·사대의 교육과정 재정비로 풀어야 할 문제인지는 사회적으로 논의가 더 필요한 의제입니다. 체제 자체를 바꿀 것인지, 현 체제를 개선해야 할 것인지는 중요한 선택입니다. 왜냐하면 체제의 변화는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결국 변화의 첫발도 떼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교육전문대학원 도입은 해당 교육기관 관계자들의 합의와 예비교사들의 의견 수렴이 중요한 문제인데, 이번 업무 보고 안대로 대학 내 자체 조정과 기관 간 통합이 대학의 자율 선택으로 추진될 수 있는 문제인지도 의문입니다.
셋째, 국가 책임교육 측면에서 유보통합 추진은 꼭 필요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교육기관별 이해 충돌 및 재원 마련 등의 문제로 우리 교육계가 해결하지 못한 오랜 숙제이기도 합니다. 1월 설치 예정인 유보통합추진단과 추진위원회가 오랜 숙제를 풀어내길 기대합니다. 로드맵에서 밝힌 학부모, 교사, 시설, 조직 요인은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의 합의와 재정 마련이 필요한 어려운 일입니다. 이해 당사자들의 이해보다 영유아들을 위한 질 높고 공정한 교육을 핵심 우선순위에 두고, 유보통합이라는 오랜 숙제를 꼭 풀어내길 기대합니다.
넷째, 늘봄학교 정책은 돌봄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정책으로, 기존 돌봄 정책은 늘어나는 사회적 요구를 전문인력 투입 없이 학교 교사들에게 과중한 업무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일선 학교에서 많은 어려움을 유발하곤 했습니다. 교육부는 이번 업무 보고에서 방과후학교를 교원(지원)청 중심으로 개편하고, 전담인력을 배치해 학교 및 교원의 업무를 경감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전담 인력 배치 수준과 구체적 업무 경감 방안은 밝히고 있지 않습니다. 돌봄의 시간과 대상을 확대하면서 이에 대한 인력과 재정 투입 방안이 나오지 않는 것은 모순입니다. 돌봄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필요인 만큼 그에 대한 구체적 인력 확보와 재정 지원안을 밝혀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러닝메이트 제도 도입 추진을 위한 관련 법률 개정은 사회적 논의와 합의 과정이 부족한 정책 추진입니다. 교육감직선제는 교육 자치 구현을 위해 발전해 온 역사의 산물입니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교육감직선제는 교육 자치 구현을 위해 더욱 보완 발전해야 할 제도이지, 교육자치를 훼손하고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없는 러닝메이트제로 대체되어야 할 제도는 아닙니다. 더욱이 사회적 논의와 합의 없이 교육부가 러닝메이트제를 추진하는 것은 성급할 뿐만 아니라 적절하지도 않습니다.
교육개혁이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일관성은 사회적 합의에 기반할 때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에 좋은교사운동은 이번 업무 보고에 담긴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부족한 안에 대해, 교육부가 정책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 노력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